다만 그들의 명복을 빈다

지난 주말 내내 이태원 사고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보냈다.
그러면서 내가,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거기에 있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했다.
할로윈 축제에 가 본 일은 없지만 언젠가 한 번 가 보고픈 마음이 있었고 사람이 몰리는 곳에 있었던 일도 몇 번이나 있었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이태원의 해밀턴 호텔 뒷골목은 내가 대리운전을 하며 <대리사회>라는 책을 쓰던 때 자주 갔던 곳이기도 하다.
나는 그 골목을 지나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에게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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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사진 골목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쳐야 할 곳이다.
불과 몇십 미터를 걷고 나면 지하철역과 정류장이 나온다.
나도 집에 가기 위해 걸어가야 했을 길이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 사람과 상황에 답답했을 것이고, 그렇게 앞으로 가려는 나의 행동이 누군가를 죽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을 것이다.
밀지 말라는 외침도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그 외부에 있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구급차가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면 누군가가 술을 마시고 싸웠나보다, 라고 여기고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축제의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이란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것일 테니 나도 그랬을 것이다.
군중 속의 평범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사실 거의 없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차단된다.
그 현장에서 그 상황을 제대로 인지할 수 있었던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그 안에 있으면 달랐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거기에 있던 모두의 도덕성을 운운한다.
왜 밀었느냐고, 왜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노래 불렀느냐고, 아니 애초에 거기에 왜 갔느냐고. 그러나 그러한 도덕적 우월감만큼 간편히 위험한 마음도 없다.
단편의 영상만을 보고 함부로 타인을 혐오해서는 안 된다.
아니 그 전에, 놀러간 데 왜 죄가 있다는 것인가. 나도 아이들과 놀이공원에 가고 친구들과 야구장에 가고 명절을 핑계로 사람 많은 캠핑장에 놀러도 간다.

나는 다만, 상황을 인지한 이후에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가던 그들의 모습만을 남겨두고 싶다.
뒤엉킨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들어올린 사람들이 있었고, 가게의 문을 개방해 그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한 가게 주인들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수십 명의 일반 시민들이 사람을 살리기 위해 CPR(심폐소생술)을 했다.
나는 군 생활을 의무소방대에서 했고 본서의 구급대에 오래 있었으니까 그런 모습을 자주 보았다.
의식을 잃은 사람의 기도를 확보하고 가슴의 중앙에 두 손을 포갠 후 강하게 압박한다.
15회 후 2회 인공호흡, 이렇게 4세트를 하고, 의식이 돌아오지 않으면 다시 4세트, 그리고 의식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 사실 몇 세트만 제대로 해도 땀이 흐르고 손이 아프다.
사실 CPR을 받는 사람이 살아나는 것을 본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구급대원들도 응급실의 의사들도 필사적으로 그것을 한다.
나도 그랬다.
그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한 마음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명복을 빈다.
 

며칠 후 충청도에서 있을 교육직 공무원 대상의 강의가 연기될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다.
강릉에서 살고 있는 나의 아이들의 학교와 유치원에서도 아이들은 괜찮은가요, 하는 전화가 왔다.
10대 사망자는 많지 않은 듯하고 그들이 충청도나 강원도의 청소년일 확률은 극히 적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마음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그 말이 너무나 고마웠다.
얼굴도 모르는 타인을 살리기 위해 생전 처음 CPR을 하던 사람들의 마음과 그 마음은 다르지 않다.
이런 다정한 시스템과 그것을 마음을 다해 이행하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 사회는 내일도 계속 나아갈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란 간편한 혐오와 조롱이 아니라 그들의 명복을 비는 것, 그게 전부라고 믿는다.
이번 참사로 사망한 모든 사람들의 명복을 빈다.

ߧ“ I 작가의 말

이 글은 <아시아경제>에 쓴 '혐오가 아닌 명복을 빌어야 할 때'(2022.10.)이라는 칼럼을 교정 보아 새롭게 쓴 것입니다.
그 시절의 안온함은 여전히 선명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