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다이어트, 괴로운 다이어트

 

 

 

 

 

 

미국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8관왕을 비롯, 올림픽에서만 23개의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그는 그 비결로 ‘상상훈련’을 꼽습니다.

“나는 스타트와 턴, 피니시 등 수영의 모든 동작을 시각화할 수 있다.
 시각적 상상력은 머릿속에 그린 대로 경기가 전개되도록 돕는다.”

 

올림픽에서 아홉 차례 금메달을 딴 핀란드 육상선수 파보 누르미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마음가짐이 전부다.
 근육은 한낱 고무 쪼가리에 불과하다.” ‘21세기 최고의 마라톤 선수’로 불리는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도 “어떤 사람을 더 잘 달리게 만드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라고 강조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월7일자 A23면 <아령을 드는 상상만으로도 실제 근육이 커졌다는데> 기사는 “마음이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영국 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롭슨의 통찰을 소개했습니다.
“인간의 뇌는 사전 정보와 예측을 통해서 일부 정보는 증폭시키고 다른 일부는 무시하여 현실을 해석한다.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뇌가 해석한 현실을 보는 셈이다.” 이런 작용 원리를 잘 활용하면 현실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근력운동을 하지 않고도 근력을 키운 사람들의 사례가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면 진짜 그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기대 효과’를 단적으로 설명해줍니다. 한 연구진이 사람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실험했습니다.
 첫 번째 그룹은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이 직접 무거운 테이블을 드는 모습을 하루 15분씩 주 5일 동안 상상했습니다.
 두 번째 그룹은 외부 시점으로 타인이 테이블을 드는 모습을 똑같은 횟수로 상상했습니다.
 마지막 집단은 아무 상상도 하지 않았습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첫 번째 그룹과 두 번째 그룹은 근력이 각각 11%, 5% 증가한 반면 세 번째 그룹은 소폭 감소했다.”

 

음식에 대한 ‘기대’도 이런 효과를 냅니다.
“흔히 사람들은 건강식품을 몸에는 좋지만 허기를 채워주지는 못하는 음식으로 인식한다.
 이런 고정관념 탓인지 한 실험에서 ‘건강한’이라는 메모가 붙은 초콜릿 바를 섭취한 참가자는 ‘맛있는 초콜릿 바’를 먹은 참가자보다 훨씬 큰 공복감을 느꼈다.” 
두 집단에 제공된 초콜릿 바는 같은 제품이었습니다.
 다이어트 중인 131명을 3개월간 추적 조사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케이크 같은 간식을 ‘죄책감’과 연관시켜 생각한 참가자들은 체중이 증가했다.
 반면 ‘축하’와 연관시킨 이들은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나아갔다.
 다이어트를 원한다면 식도락가의 자세로 맛있는 음식을 충분히 즐겨라.”

 

우리의 나이가 노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극적으로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노년이 60대 언저리에 시작된다며 나이 듦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치매 발생률도 높았다.” 
롭슨은 “기대를 품는다고 해서 모든 게 이뤄지는 건 아니지만, 기대의 과학적 원리를 인식한다면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새 삶을 가꿀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마음은 제자리에 머무르며 지옥을 천국으로, 천국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

이학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