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의 죽음에 관한 논란들

5.

이순신의 죽음에 관한 논란들(1)​

작년 여름 <한산: 용의 출현>이 개봉한 이후 유튜브 채널에는
이순신 제독의 죽음을 재조명하는 콘텐츠들이 급증했었다.
김한민 감독이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을 당시, <노량 : 죽음의 바다>는 2023년 바로 올해 개봉할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아마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다시
이순신 제독의 죽음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과 논란들이 재조명될 듯하다.​

특히, <노량: 죽음의 바다>의 경우에는
이순신 제독이 전사한 노량해전을 바탕으로 하기에 이에 대한 논란들 역시 그전보다 더 뜨겁게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다루어질 듯하다.
그래서 그 전에 먼저 우리 구독자님과 본인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정리하여 나누어 보고자 한다.​

영화 <한산>의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사실
이순신 제독이 노량해전에서 죽었는가? 죽지 않았는가? 죽었다면 고의적 자살인가? 의도하지 않은 타살인가? 등에 대한 논란은 아주 오래된 논쟁거리였다.​

필자가 이 논란을 처음 접했던 것도 1998년 이우혁이 쓴 <왜란종결자>(도서출판 들녘)라는 소설을 통해서였으니 벌써 햇수로 25년째이다.
분명한 것은 이 논란에 대한 답은 매우 찾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우혁의 <왜란종결자> - 엘릭시르 출판사

​그럼 논란이 되는 의문점들을 하나 씩 살펴보자.​

1) 자살설

이순신의 자살설이 처음 등장한 것은 숙종 때 이민서가 의병장 김덕령에 대해 쓴 <김충장공유사>에 등장한 구절 때문이었다.

 

당시 의병장으로 활동했던 충장공 김덕령 장군이 역모에 연루되어 죽게 되니 홍의장군 곽재우는 군사를 해산하고 산으로 들어갔으며,
이순신은 해전이 시작되자 갑옷과 투구를 벗고 스스로 총에 맞아 죽었다.

<김충장공유사>

즉, 해전에서 승리하더라도 선조의 성향으로 미루어보아 결국 모함을 받아 죽게 될 것을 짐작한
이순신이 가족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죽으려고 노력(갑옷과 투구를 벗는)하여 죽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이순신 제독이 사망하던 당시 상황을 다시 들여다 보자. 1598년의 '노량해전'은 이전의 한산이나 명량과는 다른 분위기의 전투였다.
이미 막대한 피해를 입은 왜군들이 조, 명 연합군에게 밀려 도망가는 것을 추격하는 상황이었다.
즉, 1592년 시작해서 장장 7년에 거친 임진왜란(정유재란 포함)이 승리로 끝나는 시기였던 것이다.​

굳이 왜군들과 피터지게 싸울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도 이 전투에서
이순신은 총탄에 맞아 죽음에 이른다.
임진왜란의 향방을 갈랐던 치열한 전투 '명량해전'에서조차
이순신의 함대는 사망자가 오직 2명 뿐이었다.
이는 판옥선 자체의 우수함과 조선의 이점인 화포의 성능을 극한으로 사용하며 지리적 이점까지 활용했기에 이뤄낸 쾌거였다.​

영화 <명량>의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그런데 전쟁이 끝나갈 무렵 벌어진 노량해전은 갑자기 근접전에 돌입했다.
도망치는 적들을 성능 좋은 화포로 공격하며 쫓아내기만 하면 되었던 '노량해전'에서 굳이 이런 무리수를 둔 까닭은 무엇일까?​

실제로 당시 왜군들이 사용하던 조총은 최대유효 사거리가 기껏해야 100m 남짓이고, 실질적으로는 그 절반 수준이었다.
그리고 조선의 판옥선은 일본의 주력이었던 안택선보다 더 높은 함선이었다.
즉,
이순신이 총에 맞아 죽기 위해서는 거의 적선과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난전이 벌어졌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더 의심스러운 것은
이순신이 탄 대장선이 이정도면 거의 선봉에서 돌격을 했어야 한다.
꼴랑 13척으로 맞서 싸우던 '명량해전' 때에도 백병전은 일어나지 않았는데(영화에서는 극적 긴장감을 위해서인지
이순신이 적들과 칼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순신의 지휘선이 호위함도 없이 도망가는 적진으로 뛰어들었다면, 그것도 갑옷과 투구도 벗은 채였다면 이것은 자살로 볼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가설에는 큰 오류가 있다.
우선 위에서 말한 상황이라면 본인의 명예로운(?) 자살을 위해 자신과 함께 있던 수많은 병졸들을 함께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의미가 된다.
이것은 자신에게는 엄격하며 타인에게는 너그러웠던
이순신의 생애 전반의 모습과는 전혀 매치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순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인 진린이 문제였다.
명나라 수군 도독인 진린은 초반에 자신이 대국에서 도움을 주러 온 입장임을 내세우며 거들먹거리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이순신을 '노야'라고 부르며 존칭을 사용하기도 했으며, 명나라 군사들의 처벌권한까지 내어줄 정도로
이순신의 편을 들었던 인물이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진린 - KBS​

하지만 그는 뇌물도 밝히고 명예욕도 충만한 인물이었다.
왜군들에게까지 뇌물을 받았던 인물이니 더 이상 설명은 생략해도 될 정도이다.
어쨌든 본인은 물론 많은 학자들이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 진린이 공을 세우기 위해 앞장서 돌격을 감행했고,
이순신은 상국인 명나라의 장수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난전상황으로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진린은 실제로 순천 왜교성 전투 때에도 혼자 적진으로 뛰어들었다가 죽을 뻔한 전적이 있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이순신의 죽음을 전해들은 진린이 "노야께서 나를 구하러 오시는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오!"라며 울었다고 한다.
즉, 구석에 몰린 왜군들을 진린이 무리하게 뒤쫓다가 위험에 처했고
이순신은 이를 구하기 위해 무리하게 난전을 감행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나 노량해전이 벌어진 시각은 밤이었고,
이순신이 총에 맞은 것은 새벽이었다.
진린을 찾기 위해서는 최대한 적진 가까이 다가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선조를 만난 진린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대인의 신묘하신 계책을 힘입어 8년간의 강적이 하루아침에 섬멸되었으니 고마우신 은덕은 형용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

하자, 진인이 말하기를,

"한창 적이 포위해 올 때 내 배는 큰북을 치고 먼저 나아가고 등자룡과
이순신 두 장수가 좌우에서 협공하였는데 그 두 장수는 다 적에게 죽었습니다.
그래도 나는 죽기를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동요하지 않아 다행히 패배를 면하였으니 이 또한 운수입니다.
"

하였다.

선조실록 32년 2월 7일

필자의 생각으로는 도망치는 적을 진린이 북을 치며 먼저 나갔다가 오히려 포위를 당하자 등자룡과
이순신이 구하기 위해 포위망에 뛰어들었고, 결국 진립은 구해냈으나 그들은 대신 사망했다고 보여진다.​

이처럼
이순신의 자살은 사실 크게 와닿지 않는 면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다음 시간에는 자살설에 비해서는 근거가 더 그럴싸한 '은둔설'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