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조와 다름 사이에서 나답게 살 수 있는 방법

by 이지영 교수

▷ 소신대로 살아가는 사람의 특징

다른 사람들에 비해 다수의 의견과 행동을 따르고 맞추는 동조하는 경향이 강한 사람들이 있다.
기질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이 높은 사람들이 안전을 지향하며 집단에 동조하는 경향이 많다.
또한 대체로 권위적인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성향이 많을수록 다수에 동조하고,
소신 있게 행동하는 것에 대해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동조하는 성향이 낮고 자신의 판단대로,
소신대로 행동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반대 성향의 권위적이지 않은 사람들이고,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다.
기질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이 낮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고자 한다.
어떤 사람들은 집단과 조직 안에서 타겟이 되어 불이익을 받기도 하고,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편견으로 뒷담화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배척과 공격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하며 살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옳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가치 있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람마다 다른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불의와 부조리를 그냥 넘기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나 조직에 불편을 주더라도 목소리를 내어 상황을 바로잡으려 한다.
이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
자신을 비난하고 자책하는데,
그 정도가 굉장히 심해서 심각한 고통스러움을 느낀다.
결국 하지 않아서 받는 고통이 소신대로 해서 주변으로부터 받는 배척의 고통보다 크므로,
스스로 옳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 자기 모습대로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하다

수많은 심리치료 이론에서는 한결같이 말한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태어나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고,
각자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살아갈 때 가장 건강하고 행복하다고 말이다.
그 상태에서는 에너지가 덜 들어가고,
불필요하게 들어가던 에너지가 자유로워지니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처럼 자기를 발견하고 수용하고 통합하는 과정이 성장과 성숙의 과정이다.

심리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태어날 때 부여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개성을 실현하도록 돕는 것이다.
각자가 진정한 자기 모습이 어떠한지 알아차리고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적절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살아가는 것이 건강한 거다.
로저스의 인간중심치료에서는 이를 위해 안전한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도 처벌하지 않는 환경,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대해 이해와 공감으로 반응하는 환경,
존중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일 때 가능하다.
그럴 때 비로소 자기 모습대로 보여도 처벌받지 않을 거라는 안전함을 느끼며 자기 자신으로 있을 수 있고 자기를 실현해갈 수 있다.
융의 분석심리치료에서도 자신의 개성을 발현하고 통합하는 것을 궁극적으로 강조하며,
상담자는 이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상관계이론가 가운데 위니컷은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타고난 참자기를 형성하고 현실 속에서 구현하면서 성취하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참자기를 찾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요구에 맞추는 거짓자기의 모습대로 살아간다.
내가 아닌 모습대로 살아가니 불안하고 고통스럽다.

 

우리 모두 다르다

▷ 개성대로 살 수 없는 이유​

사실 평범한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모두 다르다.
유전적으로,
성격적으로,
기질적으로 다르다.
경험이 다르고 성장환경이 다르며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다.
사람들을 만나보면 모두 가지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고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이하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
난 아직까지 평범한 사람은 만나보지 못했다.
모두 개성들이 참 강하다는 것을 매번 실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비슷한 모습을 하고 비슷한 행동을 하고 비슷한 생각을 보이며 살아가려 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수많은 세상의 정보를 처리하며 살아가야 한다.
정보가 너무 많으면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보처리를 위해 ‘이건 이런 거고,
저건 저런 거다.
’ 식으로 단순화하여 이해하려 한다.
그래서 우리는 단순하고 분명한 것을 좋아한다.
정보처리 측면에서 볼 때 이 각양각색의 다름을 인정할 때 세상은 너무 다양해지고 처리할 정보가 많아지니 처리용량에 과부하가 걸린다.
주문할 때 10명이 모두 다른 걸 좋아해서 다른 걸 주문한다고 생각해보라. 한마디로 어지럽다.
그래서 통일하여 한 목소리를 내기 바란다.
서로 비슷한 행동을 하고,
비슷하게 판단하고 반응하기를 기대한다.
안 그러면 처리할 정보가 너무 많아지니,
부담스럽고 짜증나고 화가 나기도 한다.

또한 사회의 규범에 속해서 다름을 포기하며 살았는데,
다름을 고집하는 사람을 보면 질투가 나기도 한다.
그래서 공격성을 가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이루어진 배척과 따돌림은 당사자에게는 매우 큰 상처이다.
우리는 모두 있는 그대로 수용되고 이해받기를 원한다.
있는 그대로 수용 받지 못하고 거부당한 경험 자체가 상처가 되는 것이다.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처럼 느낀다.
다른 것이 불편하여 피한다고 해도,
당하는 사람은 외톨이가 되어 외롭다.

외로움은 가장 고통스러운 감정 중 하나이다.
죄를 지어 처벌을 받는 감옥 안에서도 가장 무서운 형벌은 독방에 가두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쉽게 납득이 갈 것이다.
그래서 따돌림이나 배척을 겪어 고통을 당할까봐 불안하고 조마조마하고 걱정하고 긴장된다.
긴장과 불안을 견디기 어려워 불안장애에 걸릴 수도 있고,
슬픔과 의욕이 없는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다.
그만큼 다수에게서 소외되어 외톨이가 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두려움인 것이다.
이해받지 못할 때 혼자라는 고독과 함께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자해나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내 목소리를 내기가 두렵고 무섭다.
자신을 숨기고 다수의 의견과 행동에 맞춤으로써 안전을 보장받고자 하는 것이다.

 

나 답게 살 때 자유롭다

▷ 나답게 살 수 있는 방법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거다.
어떻게 하면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동조하지 않고 살 수 없다면,
나를 지키면서 적절한 선에서 동조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지 않을까. 연구에 의하면,
소수의 의견이 많을수록 다수의 집단 압력이 분산되어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소수의 의견이 짓밟히거나 묻히지 않고 많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보면 어떨까.

그러기 위해서,
나와 다름을 인정해 보자.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다를 뿐이다.
다른 것에 불필요한 판단을 하지 않는 노력을 해보자.
물론 다름을 인정하려면 힘이 들어간다.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을 이해하려 애써야 하니까 힘들다.
그러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오히려 다툼과 갈등이 줄어들어서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으니,
궁극적으로는 에너지가 덜 들어가는 셈이 된다.
좀 불편하더라도 그게 보다 더 큰 에너지가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인 것이다.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길이다.

또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우러질 때,
조직의 생산성이 가장 극대화된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각자 다른 성향을 가지고 다른 역할을 할 때 조직은 풍부해지고 더 많은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천편일률적인 방향의 결과와는 다르다.
그런데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면 계속 신경 쓰이고 에너지가 들어가기 마련이다.
속으로 ‘저 사람은 왜 그래?’라고 생각되고 화가 나고 불편하다.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이 발생하고,
거기에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시간이 들어간다.
그래서 불행하다.
다름을 이해하기 위해 함께 하는 사람들의 성격유형과 기질검사를 통해 서로가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는 것이 굉장히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자신의 자아정체감을 찾아보라. 진정으로 자신 있게 나답게 다르게 살아가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고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알아보자.
자아정체감이 불확실할 때 답답하고 불안해서,
다수의 의견에 동조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른 사람의 의견과 선택에 대한 의존성이 커진다.
미운 아기 오리가 험난한 여정 끝에 아름다운 백조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었다.
우리도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을 해보면 어떨까.

셋째,
나답게 살아가려면 자존감을 키워야 한다.
자존감이 높을수록 동조를 덜 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경향이 있다.
내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키워보자.
내게 힘이 있을수록 다른 사람의 기대와 요구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행동하고 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스스로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노력을 해보자.
달라도 괜찮다.
그게 바로 당신이다.
나와 남의 다름과 공존을 위해서 서로를 인정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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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교수

이지영 교수는 서울디지털대 상담심리학부에 재직중이다.
서울대 심리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감정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면서 <정서조절코칭북>,
<생각이 크는 인문학:감정>,
<어린이 심리스쿨> 그리고 <나를 잃어가면서 지켜야 할 관계는 없다> 등의 다수의 감정 관련 저서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