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

 

▷ 누가 죽는가?

 

삶이 고통스럽고 힘겨운 사람들은 많다.
그들 가운데 극소수만이 자살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살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바로 절망감이다.
극심한 절망감이 자살에 이르게 만든다.
과연,
무엇에 대한 절망감일까?

 

 

▷ 두 가지 욕구가 모두 좌절되었을 때 자살을 생각한다

 

첫째,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소속되고 유대를 이루고 싶은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이다.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소속감을 느끼고,
서로 연결되어 있는 유대감과 안정감을 느낀다.
그러나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했을 때,
혼자라는 느낌 즉 고독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다른 사람과 유대를 맺고 그 관계 안에서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갖는다.
소속감의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의 고통은 극심한 신체적 고통과 흡사한 뇌의 변화를 초래한다.

 

둘째,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인정받고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은 욕구를 갖는다.
욕구가 충족될 때 효능감 즉 유능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나는 쓸모없어. 무능하고 무력해.”라는 생각이 들고,
자신이 짐이 될 만큼 쓸모없는 존재라는 느낌을 갖는다.
자신이 쓸모 없고 무가치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 때,
자살 즉 죽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낫고 가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두 가지 욕구 중 하나라도 충족되면 살 수 있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면,
내가 세상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살아갈 의지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좌절되었을 때,
즉 관계가 단절되고 자존감이 상처를 입으면 죽을 수 있다.

 

 

▷ 죽는 것이 두려워 산다

 

곁에 아무도 없고 살 가치가 없다고 느낄 때 죽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두 가지 욕구가 모두 좌절되었다 할지라도 자살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절망한다고 죽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무서워서 못 죽는다.
즉 죽음에 대한 공포가 오히려 우리가 살아가는 동력이 된다.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죽는 게 무서워서 살아가기도 한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말이다.

 

 

▷ 자살가능성을 높이는 요인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은 치명적인 자해를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한다.
무섭기는 하지만,
방법을 개발하고 사용한다.
자살가능성을 높이는 요인들을 살펴보면 먼저 충동성을 들 수 있다.
평소에 충동성이 높을수록 위의 핵심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쉽게 분노를 느끼고 공격성을 보인다.
공격성은 자기 비난과 함께 자신에게로 향하면서 자해와 자살에 이르게 한다.
“내가 죽어서라도 고통스럽게 만들어 줄 거야.”

 

우울증이나 조울증이 있을 때 자살가능성은 더 높다.
우울은 에너지가 없는 상태이고,
조증은 에너지가 올라오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우울과 조증이 반복되곤 하는데,
우울해 있다가 에너지가 올라와서 기분이 좋을 때 오히려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처한 현실과의 괴리가 크게 지각되어 더 비참하게 느껴지면서,
올라온 에너지로 자살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에 우울해 있다가 기분이 좋아 보일 때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평소에 문제해결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일수록 자살을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의 해결능력에 대한 자기효능감이 낮을 때,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자살할 생각에 이른다.
성격 특성 가운데 완벽주의가 자살과 관련이 높다.
이들은 스스로 완벽하고자 하는 동기가 크고,
자신 또는 주변에서 요구하는 높은 기준과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높은 기준에 자신이 부합하지 못할 거라 판단하고,
쉽게 좌절한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과 결점에 집중하면서 자기 비난하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자책하면서 자살할 가능성이 높다.

 

 

▷ 자살은 감정조절의 실패이다

 

자살은 결국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했을 때 이른다고 볼 수 있다.
즉,
감정조절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불안,
분노,
슬픔,
공허감,
좌절,
수치심,
죄책감 등의 불쾌한 감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자신을 파괴시키는 방식으로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칼,
약,
밧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해하는 경험을 하면서,
반복적으로 시도하다 자살에 이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따라서 평소에 감정조절 방법과 관심을 갖고 감정조절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 자살을 막는 방법

소속감을 느끼는 사회적 연결망이 삶을 살게 만든다

 

첫째,
지지적인 사회적 연결망이 필요하다.
소속감을 주는 관계가 필요한 것이다.
이해 받을 때 친밀감을 느끼면서,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유대감을 느끼고 소속되어 있음을 느낀다.
이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그럴 만 하다고,
그런 마음이었겠다고 이해하고 있음을 전달하며 공감해 주면서 가능하다.
“죽으면 안 돼. 왜 죽으려고 해?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말은 오히려 이해 못 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 보다는 자살을 생각할 만큼 합당한 이유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처해 있는 상황이 그만큼 고통스러움을 공감하는 것이다.

 

둘째,
효능감,
유능감,
삶의 의미를 경험할 수 있는 활동들에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무엇이 삶의 가치와 의미를 느끼게 해줄까? 만들기를 통해 창조해 내는 가치를 느낄 수 있다.
고립되어 있지 말고,
소일거리,
봉사,
인테리어,
음식,
취미 활동 등을 하는 것이다.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을 경험함으로써도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미술품 감상,
음악 감상,
독서,
산책,
드라이브,
운동경기 관람 등을 해보라.

 

셋째,
죽음을 막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나와의 관계이다.
나를 대하는 태도가 나를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
나를 비난하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증오하는 태도를 바꿔 보자. 즉,
나와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회복해보는 것이다.
그 과정은 10번 나와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참고하기 바란다.
자신에 대한 증오와 원망의 마음을 제대로 마주하고,
느끼고 표현하면서 해소하다 보면 자신에 대한 불쌍함과 연민에 이르게 된다.
그 순간이 자신에 대한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순간이다.
내가 나를 안쓰럽게 생각하고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비로소 내가 나를 지킬 수 있는 태도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 자기 비난을 멈추고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는 내 편이 되어 보자

 

더 이상 자신을 비난하지 말았으면 한다.
자신을 비난하는 생각을 멈추어야 한다.
자기 비난은 심리적 고통을 만들고,
자신을 죽이는 행위이다.
기대와 달리 결코 발전하고 성장할 수 없다.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뺏는다.
스트레스와 다양한 삶의 사건을 다룰 능력을 잃게 만들 뿐이다.

 

살아 숨쉬는 것만으도로 살만한 가치가 있다

 

 

▷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살만한 가치가 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소위 자신의 존재감에 따라 사느냐 죽느냐를 판결하는 판사와 같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인간의 삶과 죽음을 평가할 자격이 없다.
내 삶은 오롯이 나의 것일 뿐이다.
누구의 기대와 요구에 맞추어 살고,
그 여부에 따라 평가되는 존재가 아니다.

 

많은 경우,
성장하는 과정에서 스며들어간 목소리들의 영향을 받는다.
“너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네가 잘하는 게 뭐야? 밥맛 축내고 있네.” 그 목소리들의 주인 또한 누군가의 삶을 판단할 자격은 없었다.
그저 자신의 삶이 힘겨워 짜증과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비난하며 화풀이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 평가가 내재되어서,
이제 타인들도 평가하지 않는데 내가 나를 평가하게 된 것이다.
“그래 가지고 살만한 가치가 있니?”라고 자꾸만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제 자신의 삶을 평가하고 판단하여 비난하고 처벌하는 것을 멈추어 보자.

 

우리는 그저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고,
그저 내 모습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평가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 삶은 내가 자유롭게 선택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며 살아가면 된다.
그것이 어떤 삶의 모습이든지 말이다.

이지영 교수

이지영 교수는 서울디지털대 상담심리학부에 재직중이다.
서울대 심리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감정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면서 <정서조절코칭북>,
<생각이 크는 인문학:감정>,
<어린이 심리스쿨> 그리고 <나를 잃어가면서 지켜야 할 관계는 없다> 등의 다수의 감정 관련 저서를 출간했다.